[ 차 명(借名)의 세월 - 3 ]

[ 시 련(試鍊) ] - 1995년 6월 2일 -

高 山 芝 2013. 7. 16. 10:13

뒤숭숭한 꿈 때문에 일찍 잠이 깼다.

출근 준비를 하는데 식당 칠판에 어제 일을 나간 한국인 모두 야스미(쉼)라는

글이 적혀 있다. 9월까지는 일감이 있다고 했는데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현장에서는 가능한 한 한국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는데,

어제 중국교포까지 투입했던 게 혹시 문제가 된 걸까......

아침식사를 하면서 한국사람에게 한국말을 하지못하게 한다면서 혈압을 올리는

하시모토에게 불법취업자의 단속을 우려해 하치오지시(市) 감독관이 나오자 현장감독이

한국인근로자들을 감독관이 볼 수 없도록 창고에서 쉬게 한 사실을 알려 주었다.

 

성희네가 서울로 이사를 하여서 모두들 모였다고 집사람이 소식을 전해왔다.

연차를 내서 다녀왔다는 집사람이 나의 건강을 묻는다. 요즘 자정이 넘도록 열심히 공부를

한다는 결이와 요한이, 아라의 소식도 전해왔다.

땀흘려 일을 함으로써 하나님께 경배드려야 하는데 일이 없어서 무위도식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 짜증이 난다. 교회일을 해 달라는 목사님의 부탁이 있어서 전화를 드렸더니

외출하고 안계신다. 요시다와 하시모토는 고기를 잡으로 가고 타카시마는 외출을 했다.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생각이지만 손에 일이 잡히질 않는다.

식당 리모델링을 하는데 다나카현장에서 번돈을 다 투입했다는 안도사장부부의 언행도

나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 있다.

데츠카(手塚)에서 수캐 한마리를 또 데려왔다.

누렁이에게 물리면서도 계속 주위를 맴돌고 있는 미키와 바둑이

바둑이에게서 나이 든 노인의 추한 모습을 보게 된다.

집을 나가면, 떳떳하지못하게 되면 사람이나 동물이나 이렇게 전락해 버리는 것이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