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자수필(戀子隨筆)

지화위귤(枳化爲橘)

高 山 芝 2016. 11. 1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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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지의 戀子隨筆(연자수필)] 지화위귤(枳化爲橘)

 

데스크승인 [ 11면 ] 2016.11.08   금강일보 | admin@ggilbo.com 

       고 산 지 시 인 



 [ 지화위귤(枳化爲橘) ]

나는 가시 많은 탱자나무
두꺼운 껍질, 쌉쓸한 신맛
까칠한 가시로 상처받은 사람들
나를 멀리하더니, 내게서 떠나가네

수액(樹液)이 오르고 탱자순(荀) 터지던 날
바탕나무 되라하네, 바탕나무 되라하네
혁신하지 않으면 거듭날 수 없다며
뿌리, 등걸 남기고 모든 걸 바꾸라네

당귤나무 접순(椄筍)을 초봄에 채취하여
신문지에 싸서 냉장하기 한달여
내몸에 칼집내어 접순을 집어넣고
중생의 삶 살라하네, 좋은 열매 맺으라네



당귤나무 가지 흐르는 진액(津液)
탱자나무 수액을 사랑으로 바꾸었네
새콤달콤 과즙에 좋은 맛 우러나자
세상의 근심 염려 저만치 달아나네

춘추전국시대 제(齊)나라에는 안영(晏嬰)이라는 명재상(名宰相)이 있었다.

 안영은 중원의 패자(霸者)인 초(楚)나라에 사신으로 가게 됐다.

초나라 영왕(靈王)은 명성이 높은 안영에게 치욕을 안겨줌으로써 자신의 위세를 과시하고자 모략을 꾸몄다.

사신을 영접하는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자리에 초나라 병사 두 명이 죄인 한 명을 끌고 들어왔다.

영왕이 병사에게 물었다. “이 사람이 무슨 죄를 지었느냐?”,

 “그는 제나라 출신인데 도둑질을 해서 잡혀 왔습니다.”

이에 영왕이 안영에게 “제나라 사람은 모두 물건을 훔치는 버릇이 있소?” 안영이 대답했다.

 “회남(淮南)의 귤나무를 회북(淮北)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고 합니다(橘生淮南 則爲橘 生於淮北 則爲枳).

 이렇게 완전히 상반된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까닭은 바로 토질 때문입니다.

이 사람이 제나라에 있을 때는 결코 도적이 아니라 양민이었는데 초나라로 온 이후에 왜 도적이 되었겠습니까?

이것은 초나라가 그를 이렇게 변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제나라 사람이 초나라에 있는 것은 마치 귤이 회수 이북에 있는 것과 같으니,

이것이 제나라와 무슨 관계가 있단 말입니까?” 영왕은 한참 동안 묵묵히 있다가 탄식하며 말했다.

“과인은 본래 그대에게 창피를 주려고 하였으나,

오히려 내가 그대에게 조롱거리가 될줄 미처 생각하지 못하였소.

 이는 과인의 잘못이니 그대는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기 바라오.”

회수 이남에 심으면 귤이 되지만 회수 이북에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유명한 ‘귤화위지(橘化爲枳)’의 고사(古事)는 이렇게 탄생했다.

귤이 탱자로 변하는 것(橘化爲枳)은 환경의 영향이지만,

탱자가 귤이 되는 지화위귤(枳化爲橘)의 변화는 만남으로 시작된다.

만남을 통한 접붙임의 역사가 지화위귤의 변화를 이끌어낸다.

나무의 줄기나 눈을 다른 나뭇가지에 붙이는, 접붙임으로 바탕나무는 거듭나게 된다.

 

바울은 로마서에서 이스라엘로 인해 복음을 듣게 된 이방인을 가리켜

참감람나무에 접붙임받은 돌감람나무로 비유했다.

들에서 자라는 야생 올리브 나무인 돌감람나무가 하나님의 백성인 참감람나무에 접붙임 되면

하나님의 자녀로 입양(入養)을 하게 되고,

하나님은 이 절차를 보증하기 위해 양자(養子)의 영(靈)을 우리에게 주셨다.

덕분에 이방인인 우리들은 양자의 영을 받아 하나님을 아바 아버지라 부르게 됐다.

양자의 영은 사명을 감당하라고 빌려주신 하나님의 선물이다.

이 은혜를 권리로 생각하는 교만이 마음속에 자리잡지 않도록 경계하는 노력이 바로 성화(聖化)하는 믿음이다.

수많은 사람들 중 우리를 선택해 진리를 알게 하신 그분이,

지금 우리에게 믿음의 순종을 선택하라고 말씀하신다.

믿고 선택하면 지화위귤할 것이요, 복음을 거부하면 귤화위지로 전락한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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