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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산 지 시인 |
귀 뚫렸는데
귀 들리지 않네
적게 말하고 많이 들으라며
당신이 내게 준 두 개의 울림통
말씀은 들리잖고
생각이 들려오네
쟁쟁한 생각 때문
순종(順從)의 흔적 사라진 귓부리
끼우는 귀고리에
만족하지 못하여
귀볼을 뚫었네,
귀볼이 뚫렸네
순종(順從)의 맹세
문설주에 귀 뚫어
서약한 의식(儀式)
말 귀 알아듣지 못한 사람들
귀 뚫어 나[我] 자랑하네
신명이 나 자랑하네
청각과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귀는 청각기관계의 한 부분으로 크게 외이(外耳)·중이(中耳)·내이(內耳)로 구분된다. 외이는 귓바퀴에서 귓구멍으로 고막에 이르는 부위를 말하며, 중이는 고막 안쪽의 공간을, 내이는 그 안쪽의 뼈로 둘러싸인 부분을 말한다. 청각기능을 수행하는 귀의 평형감각이 엇박자 될 때 발생하는 이석증은 마루 결석이나 반고리관 결석이 원인이다. 마루 결석은 내이의 반고리관에 있는 타원 주머니반이 퇴행되면서 생성된 평형모래가 반고리관의 마루에 붙어 있을 때 나타나는 어지럼증이고, 반고리관 결석은 반고리관 내에서 형성된 결석이 머리 위치의 변화 및 반고리관 내 림프액의 움직임에 따라 이동하면서 림프액의 흐름을 유도해 발생하는 어지럼증이다.
신체의 평형감각도 중요하지만 사고의 평형감각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이념·부·권력의 차이가 만들어 낸 치우침 때문에 어지럽다. ‘모든 지킬 만한 것 중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구부러진 말을 네 입에서 버리며 비뚤어진 말을 네 입술에서 멀리하라. 네 눈은 바로 보며 네 눈꺼풀은 네 앞을 곧게 살펴 네 발이 행할 길을 평탄하게 하며 네 모든 길을 든든히 하라.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네 발을 악에서 떠나게 하라’고 말씀하셨지만 붕당이 만들어낸 집단이기주의에 그 치우침의 기울기가 이미 도를 넘어섰다. 이는 듣기보다 말하길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필연적 결과물이다.
하나님은 사람에게 하나의 혀와 두 개의 귀를 주셨다.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로 하라는 의미에서다. 귀는 듣는 통로이자 들은 내용에 순종하는 출발점이란 측면에서 성경에는 귀와 관련된 특별한 의식이 언급됐다. 예를 들면 a.‘귓부리에 피를 바르는 의식’(출 29:20)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뿐 아니라 온전히 순종하겠다는 표시로(레 8:23), 혹은 부정한 것을 제하고 거룩하고 정결한 존재로서 새롭게 살아가겠다는 표시로(레 14:14), b.종의 귀를 뚫는 의식(출 21:1~6)으로 영원히 주인에게 매인 자로 살아갈 것이며, 주인의 명령에 자신의 귀를 열어 평생토록 순종하겠다는 표시로, c.귀의 할례(렘 6:10) 의식의 하나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부지런히 응답하기 위해서다(사 6:10).
귀고리는 고대 동방의 여러 나라에선 주술적 의미의 부적으로 사용됐으나 점차 몸치레를 위한 장신구로 변화했다. 성경은 귀고리를 달기 위해 귀를 뚫는 행위를 주인에게 종으로 살아가겠다는 맹세의 표시라고 적고 있다. 뱃사람들은 물에 빠져 죽지 않게 하는 액막이로도 귀고리를 달았는데, 귀에 구멍을 뚫지 않으면 시력 회복이나 익사 방지의 액막이로도 효력이 없다고 믿는 서양 풍습도 있다. 한국 귀고리는 낙랑(樂浪)의 이당(珥璫)에서 연유해 고구려에 들어와 한국화됐고, 신라에서 발전·완성됐다. 남녀가 함께 착용했던 귀고리 습속(習俗)은 임진왜란 전후까지 계속됐으나 귀를 뚫는다 해 ‘만풍(蠻風)’이라는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후 이런 습속이 뜸해져 조선 후기엔 상층계급 부녀자들이 의식이나 혼례 시 착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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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4일 금강일보 3면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