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명작가선 원고
< 사랑의 물 들여놓고 >
하는 사랑
언제나 무성(茂盛)타 해도
사랑하다 사랑하다 멈추게 되면
푸른 잎 그대로 떨어집니다
찬 이슬 무서리를 견디어 내고
비바람 땡볕을 감내하면서
정갈한 이파리에 햇볕이 배어들면
천자만홍(千紫萬紅) 빛깔로 물이 듭니다
사랑 때문에 만나서
우리 서로 사랑을 한다지만
내 마음에 당신이 물들지 않으면
한 여름 단명(短命)한 햇빛일 뿐입니다
고통과 시련을 함께 하면서
거친 손, 잔주름에 밴 미운 정 고운 정
서른여섯 해 우러난 새하얀 뭉게구름
찰진 가을볕에 피어납니다
지나온 모진 세월 주마등 같지만
당신은 내 마음에 사랑의 물 들여놓고
천자만홍 빛깔로 사랑의 물 들여놓고
내설악 단풍으로 타오릅니다
<곰솔의 탄식>
껍데기는 가라구요
때가 되면
자연스레 헤어질텐데
야박하게
그리 말하지 말아요
내 연한 속살
염천(炎天)의 무더위와
엄동(嚴冬)의 설한풍에
거북등처럼 투박하게 갈라졌지요
만경평야 뒤덮던 깃발이
선홍빛 동백으로 피어나고
금남로를 가득 메운 아우성
내 의식 속에 아직 살아있는데
껍데기는 가라구요
살아남는 자
부끄러움에 껍질을 벗겨내면
아문 상처 덧이 나 피 흘리는데
껍데기는 가라구요
세월이 가면 껍데기 떨어지고
그대 껍데기 되어 바람막이 될텐데
아버지의 거친 손
생각이 다르다고
껍데기는 가라구요
껍데기는 가라구요
< 허 물 >
허물때문에 괴로워 말게나
허물은 벗는 것
벗겨지는 것
벗고나면 그 자리에 새 살이 돋는데
허물도 벗지않고 자책하지 말게나
아직도 할 일 많은 세상이라네
아직은 아름다운 세상이라네
허물을 벗지않고 자책함이 허물이니
허물때문에
허물때문에 괴로워 말게나
'[ 발표작품 ]'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년 한강의 영언에 실린 고산지 시인의 시 " 방관자" "자리" 두편 (0) | 2018.07.16 |
---|---|
계간문예 2018년 봄호 게재 (0) | 2018.03.26 |
< 원죄(原罪) > / 한국크리스천문학 75호 - 2017년 겨울호 (0) | 2018.01.22 |
< 자 리 > / 한국크리스천문학 75호 - 2017년 겨울호 (0) | 2018.01.22 |
한국크리스찬문학 - 가을호 - 성찬식. 우리들의 식량. 2편 (0) | 2017.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