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시집 ‘거리’를 출간하면서
죽귀유절(竹貴有節)이라 했습니다. 대나무는 마디를 귀히 여긴다는 뜻이지요. 속이 텅 빈 대나무는 중간 중간에 마디를 만들지않으면 3-40 m 까지 성장할 수 없습니다. 그동안 금강일보에 연재한 칼럼에 실린 시(詩)의 굳은 살, 마디를 모아 매듭을 만들어서, ‘거리’ 라는 제목으로 네 번째 시집을 상재(上宰)합니다. 멈춤이 아니라, 또 다른 성장을 위한 매듭으로 엮은 이 시집에는 지난 날 밤을 지세우며 고민했던 고통의 마디, 감사와 은혜가 새겨진 사랑의 마디가, 시(詩)의 마디로 바뀌어 숨쉬고 있습니다.
‘거리’ 등 20편 시로 구성된 1부는 생활의 편린(片鱗) 속에 숨겨진 사랑과 나눔, 그리고 꿈에 대한 이야기로 엮었습니다. ‘사람’이란 단어를 모음은 모음끼리 자음은 자음끼리 겹쳐놓으면(해체하면) “삶”이라는 단어가 됩니다. ‘인간(人間)’이란 한자어(漢字語)에, 사이 간(間)자가 들어 있음을 우리들은 간과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이가 만들어가는 거리에서 살아갈려면, 나누지않으면, 사랑하지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존재가 인간인데도 말입니다. 어우러저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힘을 빼고 살지 않으면 조화로운 삶을 영위할 수가 없습니다,
‘마중물’ 등 20편으로 구성 된 2부는 방행(方行)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광야(廣野)의 소리’ 쯤으로 받아 주셨으면 합니다. 좋은 것 보다는 좋아하는 것을 찾아 방행하는 사람 대부분은, 사랑하기 보다는 사랑받는 데 익숙한 사람들입니다. 세상은 애초부터 공평한 것이 아닌데도, 공평하다는 주장에 매료되어 책임보다 권리를 앞세웁니다, 방조자(傍助者)이거나 방관자(傍觀者)가 만들어 낸 레드 오션(red ocean)에서 불루 오션(blue ocean)을 찾기 위해서는 U-turn을 해야 합니다. 은혜를 깨닫고 회심(回心)해야만 불루 오션(blue ocean)에 눈을 뜨게 되지요, 불루 오션(blue ocean)에 눈 뜬 사람들이 만드는, 사랑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그들의 열정으로 세상이 아름답게 변화하지요.
‘곰솔의 탄식, 등 20편으로 구성된 3부는 피투성이라도 살아야 한다는 하늘의 음성을 듣고, 껍질을 깨려는 파란破卵)의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춤사위입니다. “오늘도 내 일이고/내일(來日)도 내 일”이기 때문에, 남의 인생이 아닌 나의 삶을 살기 위해서 자유인이 되고자 몸부림치는 절규입니다. 영감의 천정(天井)에 고인 빛의 비늘이 빗줄기에 묻어서 반짝이는 노래입니다. 때로는 세심천의 지네가 되어 꿈뜰거리다가(농다리 籠橋), 석대도(石臺島) 좌대(座臺)에 앉아 우는 황새가 되기도 하고, 고리산 기슭에서 한송이 꽃으로 피어나 삽살개 소리에 귀를 기울림니다.
느릅나무 산발목(散髮木) 등 15편으로 구성된 4부는 민족의 한을 각기 다른 식물을 통해 노래했읍니다. 2014년 8월 15일, 한국문인협회 회원 33인과 함께 백두산과 동북3성에 숨쉬고 있는 민족의 얼을 찾아서 역사기행을 떠났습니다. 중국이 동북공정이라는 이름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장군총, 그들은 장군총을 장수왕 릉이라고 선전하면서 ‘고구려 제28대 왕 박물관’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427년 장수왕(長壽王,394-491/재위 412-491)은 고구려의 수도를 국내성에서 평양성으로 옮겼습니다. 평양성으로 천도한 후 65년(491년 사망)이나 더 살았던 광개토대왕의 아들인 장수왕의 시신을 옛 수도인 국내성으로 옮겨서 장례했다는 역사기록은 아직까지는 발견되지 않고있습니다, 그런데도 중국은 장수왕이 압록강을 건너와 집안(輯安 국내성)에 묻혔다고 주장하고 있지요. 장군총에서 광개토왕릉으로 가는 길, 수십그루의 좌우로 늘어선 느릎나무 산발목(傘髮木)은 망국의 한을 품은 어전시위들의 산발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때 쓴 시가 ‘느릅나무 산발목(散髮木)’입니다. 무궁화에 얽힌 민족의 얼을 다섯 번의 연작시로 풀어보았습니다. 나라 꽃이 잊혀저가고 있는 시대에, 무궁화를 통해 민족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역사는, 역사를 기억하는 민족이 기록하는 대하 드라마입니다. 졸시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회복하는데 일조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 시집을 위하여 평설을 써 주신 채수영 선생님과 정종명 선생님, 그리고 차윤옥 시인께 감사을 글을 전합니다
2018년 1월 고 산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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