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로신문 [제1626호] - [2019년 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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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差異)와 차별(差別) >
국어사전은 ‘차이(差異)’라는 단어를 ‘서로 같지 아니하고 다름. 또는 그런 정도나 상태’, ‘차별(差別)’이란 단어를 ‘둘 이상의 대상을 각각 등급이나 수준 따위의 차이를 두어 구별하는 것’이라고 각각 정의하고 있다. 하나님은 오직 인간에게만 자유의지를 선물로 주셨다. ‘둘 이상의 대상을 각각 등급이나 수준의 차이를 둬 구별하고, 그 구별된 것을 선별해 선택하는 행위’가 자유의지다.
아담은 자유의지로 선악과를 따서 먹는 선택을 하였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진 창세기 사건은 인간이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임을 증명하고 있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 자발적 선택을 하는 능력을 자유의지라고 보통은 말하지만, 철학에서는 합리적인 인간이 다양한 선택지 가운데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스스로의 행동을 결정하는 능력을 자유의지라고 정의한다. 자유의지에는 결정론과 자유론(비결정론)의 두 가지의 입장이 있다. 자유의지를 부정하는 결정론은 오이디푸스 신화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오이디푸스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동침할 것이라는 신탁(神託)은 운명론적 요소를 통해 인간의 미래가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의미로, 인간의 자유의지에 반하는 철학적 명제다.
“우리들의 습관과 성격을 근거로 한 많은 결정들은 실제로 예측할 수는 있다”라고 말한 아리스토텔레스 이후의 철학자들은 “이러한 습관과 성격은 과거에 자유롭게 만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은 자유로운 동시에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이 따른다”라는 자유론적 입장을 견지했다.
“자유의지는 단순한 선택의 작용이 아니며, 의지의 전체와 통일이 이뤄지는 것이고, 회심(回心) 없인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주장에, 안셀무스는 “자유의지라는 것은 ‘자유로운 선택’이 아니라 ‘자유를 선택하는 것’이며, 자유 그 자체는 인간의 선택 의지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 본질을 갖는다”라고 말했다. 이는 “자유를 선택의지로만 부여했기 때문에 의지에 대해 자유와 동시에 복종도 귀납시킴으로써 자유는 복종에 의해서도 상실되지 않는다”라는 의미다. 이를 근거로 “신앙의 자유는 지배자와 노예의 어느 쪽에서도 성립한다”라고 선언한 마르틴 루터도 말년에는 “인간의 자유의지는 현실적으론 은혜를 받아들이지 않는 ‘노예의지’”라고 단정함으로써 ‘은혜와 자유의지’의 조화를 무너뜨렸다. 이후 ‘은혜와 자유의지’의 조화는 무너졌지만 “자유의지를 단순한 욕구나 자발성과 동일시할 수 없으며, 그 뿌리는 인간의 심신성이나 초월이란 관계성 중에 있다”라고 밝힌 칸트나 데카르트 등 근대철학자들 때문에 자유의지에 대한 담론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혜란 차이를 분별하는 능력이다. 이러한 분별력은 자유의지에 의한 인간의 선택을 통해 인류 발전을 이끌어 왔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인간의 자율적 선택을 규제하려는 사람들, 평등이란 이름으로 인간의 지혜를 규제하려는 어리석은 사람들 때문에 세상이 시끄럽다. 그들은 인간의 내면에 있는 소중한 가치를 이끌어 내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규제를 통해 자신들의 생각을 관철시키려는 사람들이다. ‘세상은 평등하다’라는 감언이설로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강도 프로크루스테스처럼 세상을 평등의 잣대로 재단하고자 한다. 모두가 평등한 사회는 설렘과 두려움, 전율이 사라진 무미건조한 사회다.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분별력을 유산으로 물려줘야 할 사명이 우리에게 있다면 다양한 선택을 통해 체득하는 통찰의 지혜를 법이란 이름으로 규제해선 안 된다.
고영표 장로<시인 및 칼럼니스트 • 의정부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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