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 ]
예감(豫感)과 함께 햇살이 돌아오면
멀리서 들려오는 우룃소리
돌밭에는 따스한 정령(情靈)들이 뒹굴고
잠에서 깨어난 시내물은
메마른 강뚝에 욕망을 일깨운다
메아리와 함께 마파람이 불고
황토빛 벌판이 들뜨기 시작한다
개암나무 뿌리는 달콤한 수액에 취해
여린 빛을 터뜨리고
가지 가지 마다
투명한 쾌락이 소름처럼 돋아난다
[ 여 름 ]
작렬하는 계절이
빗발을 후득이며 찾아오면
떡깔나무 잎파리의
빛나는 청정(淸淨)함이여
마른 번개에
묻어나는 애욕(愛慾)이
폭풍처럼 몰아치는
관능의 숲이여
푸른 이끼는
바위에 생명을 불어 넣고
잡목(雜木)이 무성한
숲 속에서
거친 꿈을 꾸는
어둠보다 깊은
그늘이여
[ 가 을 ]
소슬바람에 �기어
여름이 사위어 간
자작나무 숲은
찰 진 햇볕으로
나무잎이 붉게 타오르고
스스로를 태우다
흔들리며 떨어지는
잎새의 침묵(沈默)은
소진(消盡)한 날들의
장엄(長嚴)한 성찰(省察) 이리니.....
[ 겨 울 ]
고샅길을 구르던 가랑잎은
개울물에 떨어저
음울한 기운을 내 품고
내성(內省)의 목피(木皮)에
견고한 시간을
음각하던 세월이
나무잎의 찬란한
신화(神話)를 거두어 들이면
앙상한
은 사시나무 가지 끝
말갛게 흐르는 여운이
거부하지 않는 외로움은
지고의 순수 때문이어라
- 시사문단 2007년 3월호 발표 -
"2008년 10월 10일 청원 명사 시낭송회를 준비하면서 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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