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명(借名)의 세월 - 2 ]

[ 연 단(鍊鍛) ] - 1994년 10월 12일 -

高 山 芝 2010. 7. 14. 19:55

땅이 질어서 쯔찌야(土屋)현장은 오늘도 휴무 다

나와 야마구치(山口) 둘이서 숙소를 정리(가다스키)하라는 사장

숙소의 작업은 다른 일 보다 늘 피곤하다

지난번 무당이 굿을 했던 곳을 정리하는데 오만가지 상념에 사로잡혔다

오늘 아침에 읽은 "무당을 살려두지말라"는 성경말씀이 귓전에서 맴 돌았다

몇번이나" 주여 이곳을 정결케하옵소서" 라는 기도를 속으로 해본다

일본에 오기 전까지는 무당이 내 삶 가까이에 근접한 적이 없었다

혹시 하나님께서 나를 안도(安藤)구미에 머무르게 하여 이런 잡신 속에서 연단하고

계시지 않은걸까.... 

어떤 상황 어느 때 어느 곳에 있던지 내가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아직도 믿음이 굳건하지 못해 가끔은 짜증을 내기도 하지만 내 삶을 주님께 맡긴지 오래다

귀국할 뜻을 굳힌 야마구치(山口)가 가다스키(정리)를 하면서 내가 합판이며 옷가지를 태우자

귀국할 때 짐이 된다면서 낡은 옷가지 빨아논 옷가지를 한아름 갖어와서 태워버렸다

착심 버릴 것은 버리자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헌 옷가지를 같이 태웠다

이달 말에 귀국을 하는데 장갑이며 헌옷을 몇십년 살 것 처럼 빨아서 보관했다면서

허탈해 하면서 야마구치(山口)는 우산과 군화를 나에게 준다

무사시(武藏)와  사귀는 일본여자가 집을 나와서 역(驛) 근처에 방을 얻었다

남편과 싸우고 집을 나와서 짐을 갖고나오지 못했다기에 "전기담요라도 갖다주지" 하는 나에게

"나는 겨울을 어떻게 나고요" 하더니만  오늘은 전기담요를 갖고 나간다

농담을 하는 날 보고 "인간의 도리지요" 하며 웃어 넘긴다

"인간의 도리"라, 한국의 아내와 자식에게는 인간의 도리를 하지않고 유부녀인 일본여자가 집을

나오자 야마구치(山口)가 준 전기담요를 갖어다 주면서 "인간의 도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