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高山芝 詩房 ]

[ 피 리 ]

高 山 芝 2011. 7. 25. 16:02

늘 푸를줄 만 알았네

산들바람이 내 살갗을 간지럽히고

아침 햇살이

대숲 사이 사이에 끼어드는

평화가 계속되는 줄만 알았네

 

비바람이 몰아치는 어느 날

톱날에 잘려진 나에게

"본토와 친척 아비집을 떠나라"는

세미한 음성

들렸네

 

뜨거운 증기(蒸氣)로 나를 삶았네

 

그늘에서 건조한 후 

내 몸에 구멍을 내더니

가늘게 꼰 새끼줄로

가슴 속 묻은 때 벗겨내고

모난 면(面)

사포질로 다듬기를 수천번

 

나는, 나는

당신의 소리를 내는

울림통이 되었네

 

당신의 축복을 전하는

통로가 되었네

 

   2011년 7월 25일  청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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