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 명(借名)의 세월 - 3 ]

[ 시 련(試鍊) ] - 1995년 6월 26일 -

高 山 芝 2013. 8. 5. 18:04

어제 밤 기도문을 쓰고 있는데 안도사장이 왔다기에 내려갔다

식당에 필요한 기구 및 식자재 700만원어치를 봉고차에 가득 실고 온 안도사장

식당에 풀어놓자 짐이 한방 가득이다.

이렇게 투자를 하고서 장사가 안되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텐데......

오전에는 식당개업준비를 위해 어제사온 짐을 정리하느라고 부산을 떨었다.

몸이 으슬으슬 떨려 콘택을 먹고 자리에 누었다.

아내가 몸이 아프다는 소식도 마음에 걸리고 기소된 7건에 마음이 위축되었다.

어쩜 생각보다 더 긴 기간을 일본에서 보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무사시와 하시모토가 술에 취해 나누는 이야기도 나를 무겁게했다

일확천금의 꿈을 꾸고 일본에 왔지만 예상과는 전혀 다른 상황때문에 술과 오락에 빠저드는

인본체류근로자들, 차츰 인간성 마저 파멸되어가면서 가족과의 연락도 끊기고

그러다보니 가고싶어도 못가는 곳이 되어버린 가장

사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 되어버린 삶은 마침내 귀소본능까지 잃어버린다  

 

명근이 형제가 찾아왔다. 밀린 급여때문이다

안도사장과 30일 약속을 했다지만 글쎄......

돈을 벌기 위해 일본에 와서 애인에게 일본어 회화태프를 사보내라고 하면서

오끼나와로 신혼여행가자고 큰소리를 쳤지만 한국에 돌아가서 빨리 자리잡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귀국을 결정했다는 명근이

무슨 꿈이 그렇게 크냐면서 "밥먹고 즐기면서 사는 것이 인생아니냐"며 반문했다는

애인이야기를 하면서 웃는다. 그럴지도 모른다

오늘 병원에 간 아내 결과가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