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 명(借名)의 세월 - 3 ]

[ 회 복(回復) ] - 1996년 1월 5일 -

高 山 芝 2014. 5. 12. 17:45

은경이에게 설마 무슨일이 있을까? 뒤척이다 일찍 일어나 사워를 한 후

애비상을 깨웠다. 식사를 하지 않고 출발하곘다 했더니 굳이 계란후라이에

아침상을 차리는 그가 고마울 뿐이다.

7시40분 출발하여 미사와역에 도착을 하니 8시 20분경.

우에노(上野)까지 가는 신칸센의 열차표를 샀다. 

금년 정초는 나때문에 즐거웠다는 애비상의 고백이 나의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모리오카까지는 지정석. 우에노역까지의 신칸센은 자유석이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보내는 네번째 그림엽서 편지를 열차에서 썼다

모리오카에서 정사장에게 전화를 해 은경이 소식을 다시 확인했다

만나서 이야기를 하자는 정사장, 오후 2시경 우에노에 도착 다시 전화를 하자

내가 걱정을 할 것 같아서 거짓말을 했다면서 횡성수설을하여 택시를 타고 정사장을 찾았다

송씨도 그곳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아주머니를 왜 내보냈느냐는 나의 말에 회사문제라며

상관하지말라는 정사장, 돈은 주고 내보냈는냐 했더니 아니라고 했다.

화가 치밀러 그에게 주려고 산 선물을 다시 들고 돌어서서 나오는데 송씨가 뛰어왔다.

은경이가 서울민박에 있다고 전하는 그에게 은경이를 좋아하느냐 했더니 웃기만 한다.

밤 9시경 김치공장에서 일하는 아주머니와 함께 은경이가 서울민박에 나타났다.

입맛이 없다며 식사는 하지않고 나의 밥먹는 모습만 바라보고 있는 은경이에게

"이번이 두번째다. 그만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권하자 "한국에는 안간다"며 펄쩍뛰었다

그리고 털어놓는 가발공장의 정사장과의 사연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가발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겪은 정사장의 끈적끈적한 눈총.

자기부인과 이혼을 할테니 같이 살자는 노골적인 언사가 견디기가 힘들었다면서

그동안 내가 걱정을 할가봐서  참았다고 했다.

그날 정사장은 식당아줌마까지 내보내고 은경이를 범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송씨와 계속 다정한 대화를 나누면서은경이가 틈을 주지않자 화가 난 그는  

전날 선사한 꽃다발을 창밖으로 내던지면서  짐을 싸가지고 나가라고 소리를 쳤다.

밤 11시, 돈한푼 없이 쫒겨난 은경이는 송씨에게 돈을 빌려서 서울 민박으로 왔다.

아사리판 같은 일본생활을 접고 이제 그만 한국으로 돌아갔으면 싶은데

나에게 "돌아가라는 말만은 재발 하지말아달라"는 은경이.

내일 요코하마의 식품점에 함께 가보기로 하고 서울민박에서 나도 남자들 틈에 끼어

하루밤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