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표작품 ]

스페인 포르투갈 문학기행 - 몬세라트 편 - <작렬하는 태양과 열정이 만들어낸 신화(神話)를 찾아서 * 12>

高 山 芝 2019. 2. 24. 20:25

* 본 기행문은 주간한국문학신문에  연제되었읍니다


     <작렬하는 태양과 열정이 만들어낸 신화(神話)를 찾아서 * 12>

                            - 스페인 포르투갈 문학기행 * 몬세라트 편 - 고 산지

 

스테고사우루스(지붕 도마뱀 공룡)처럼 생겨서 몬세라트(Montserrat는 카탈루냐어로 "톱니 모양의 산)는 연한 색의 역암질 기둥으로, 하늘을 찌를 듯 서서 바르셀로나 뒤로 펼쳐진 평원을 압도하듯 굽어보고 있다. 2,000개가 넘는 등산로를 갖고 있는 몬세라토는 '라모레네타'라고 하는 검은 마돈나를 보기 위한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이 작은 목각상은 성 누가가 만든 것으로 서기 50년에 성 베드로가 이곳에 가져왔다고 하나,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으로 이 조각상이 12세기에 만들어진 것임이 밝혀졌다. 이 조각상과 관련한 또 다른 종교적인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예수회의 창립자 로욜라 이그나티우스는 바스크 귀족 출신의 장교였다. 1521년 전투에서 부상을 당한 그는 몬세라트에서 회복을 기다리는 동안, 삶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하면서 신앙의 세계에 몰입하게 되었다. 로욜라는 진로를 바꾸어 그리스도의 영적 병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기도하던 중 자신의 소명을 깨닫고 예수회를 창건했다고 한다

 

예수회는 1534년, 파리에서 로욜라 주위에 모여든 6명의 제자로 이루어진 작은 모임에서 시작되었다. 설립 목적은 청빈과 순결 및 선교 사업으로써 신을 섬기는 것이었다. 예수회는 1540년에 교황 파울루스 3세에 의해 가톨릭 교회의 정식 교단이 되었고, 로욜라가 세상을 떠날 때에는 이미 그 회원수가 1,500명을 넘었다. 16세기의 가톨릭 개혁운동에 의해서 성장한 교단들 중에서 가장 전투적인 예수회는 단순한 수도회가 아니라 신앙의 수호를 맹세한 병사들의 군대였다. 그들의 무기는 총과 창이 아니라 웅변과 설득 그리고 올바른 교리의 가르침이었으나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무력을 사용하기도 했다. 예수회의 조직은 군대의 조직을 모방했다. 총사령관격인 수장이 있었고, 모든 회원들에게 규율이 엄격했다. 회원들 각자의 개성은 무시되었고 수장에게는 군대의 사병처럼 복종할 것을 요구했다. 예수회의 수장은 "검은 교황" ‒ 교단 복장의 빛깔에서 유래 ‒ 이라고도 불렸다. 그는 종신직으로 선출되었고 다른 회원의 조언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오직 한 사람, 교황에게만 복종할 뿐이었다. 모든 예수회원들은 로욜라가 《영적 훈련》에서 주장한 어렵고도 매우 신비적인 훈련을 견뎌내야 했다. 로욜라는 만일 교황이 눈에 보이는 흰색을 검은색이라고 가르친다면 예수회원들은 이를 따라야만 한다고까지 가르첬다.

 

880년, 한 무리의 목동 아이들이 몬세라트 산 하늘에서 빛이 내려오는 것을 목격했다―천사들이 노래하고 아이들의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찼다. 천사들의 방문은 한 달 동안 계속되었으며, 산속의 동굴로 이어졌다. 마을 사제들은 이곳을 둘러보다가 동정녀 마리아의 이미지를 발견하였다. 훗날 11세기에 올리바 수도원장이 이곳에 작은 수도원을 세웠다. 지금도 80명의 베네딕토회 수사들은 몬세라트 산을 찾는 순례자들을 환영하고 있다. 몬트세라트의 성모 마리아 수도원은 온 스페인 땅에서 가장 숭배 받는 성상(聖像)인 '라 모레네타'가 있는 곳이다. '라 모레네타'라는 카탈루냐 이름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검은 피부의 작은 것'이라는 의미이며 이 성상은 나무에 새겨진 12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의 검은 마리아상이다. 이는 카탈루냐의 수호성인인 마리아를 조각한 것이다. 가톨릭계의 전설에 따르면, 이 조각상은 예루살렘에서 성 루가가 50년경에 조각했으며 성 베드로에 의해 스페인으로 전해져 무어인들의 눈을 피해 동굴 속에 조심스레 숨겨져 있었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베네딕트회 수사들이 이 조각상을 옮기려 했으나 옮길 수가 없어서, 기괴한 분홍색을 띠고 있는 1,219m 높이의 산봉우리에 마리아상을 둘러싸고 수도원을 건축했다. 1522년, 전쟁의 부상에서 회복한 이그나티우스 로욜라는 예수회 교단을 세우기 이전 이 성소를 방문했다. 여러 가지 기적이 라 모레네타를 둘러싸고 일어났으며, 1592년에는 이곳을 찾아오는 수많은 순례자들을 수용하기 위해 수도원의 웅장한 바실리카가 봉헌되었다. 나폴레옹이 쳐들어오자 이 성당은 1812년에 파괴되었으나 재건축했다, 1881년 교황 레오 13세는 검은 마리아를 카탈루냐의 수호 성녀로 선포했다. 목재의 유약이 오래되면서 검은색을 띠게 된 성모자(聖母子) 목조상은 탄소 연대 측정으로 12세기 것임이 밝혀졌다. 수도원 옆에 있는 바실리카의 높은 제단 위에 모셔진 '라 모레네타'상 수많은 관광객과 신혼여행을 온 부부들이 축복을 받기 위해 일 년 내내 방문하고 있다. 아서 왕 전설의 한 버전에 따르면, 몬트세라트는 파르지팔이 성배를 찾아냈던 장소이기도 하다.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가 이곳에 잠시 살기도 했는데, 그는 오페라 <파르지팔>의 배경으로 이 수도원을 등장시켰다.

 

몬세라트는 아주 오래 전부터 수도자들의 영토였다. 허물어지지 않을 신앙의 산을 쌓고자 하는 수도자들이 가깝고 먼 곳으로부터 모여들었다. 자신의 믿음이 바위처럼 단단해지고자 원하는 수도자들이 바위굴에 들어 자신을 닦고 세상의 구원을 위해 노력했다. 또 하나의 몬세라트 메시지는 '멀리 보라'다. “자신을 던져 몬세라트에 파고들지 못할 바엔 적당히 다가오지 말고 그냥 멀리서 바라보라”고 말한다. 정좌하여 그 신비한 모습을 오래 바라보며 더 넓은 세계를 생각하라. 작은 것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과 마주 선 모든 세상과 사물을 온전히 인정하라고 말한다. 천재 건축가 가우디는 몬세라트를 바라보며 많은 영감을 얻었다. 만레사는 이냐시오 로욜라 성인(Ignacio de Loyola)이 바위굴에 들어앉아 수도한 동굴 성당이 있는 곳이다. 만레사에서 바라 본 몬세라트는 신비한 영험의 세계였다. 다가가면 사라질 신기루 같다. 몬세라트와 15km 떨어진 동네 만레사, 칼을 찬 자신을 항상 자랑스러워하던 로욜라가 왜 몬세라트의 검은 성모께 칼을 놓아두고, 밤새워 기도한 다음 만래사로 가 수도를 시작했을까?

 

몬세라트 수도원을 찾는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은 ‘성 조르디’ 조각상. 조각상의 눈동자가 보는 사람을 따라 움직이는 착시를 일으키는 것은 얼굴 부분이 음각되어 있고 눈동자 부분이 더 깊게 파여져 있어,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시선이 마주쳐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