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 명(借名)의 세월 - 3 ]

[ 회 복(回復) ] - 1995년 12월 31일 _ 1996년 1월 1일

高 山 芝 2014. 5. 8. 15:20

불안한 마음으로 김은경씨를 보내고 서울민박에 숙소를 정했다.

아오모리(靑森)의 자기집에 이번에 두번째 초청을 한 애비사와상.

2년전에 새해에도 그는 자동차를 밤새도록 운전 아오모리의 본가로 나를 초청했다.

새벽 6시 모리오카(森岡)행 신간센을 탑승하기 위하여 자리에 들었지만

잠이 오지않았다. 자정무렵 전화를  했지만 그때까지 숙소에 돌아오지 않은 김은경씨.

괜한 염려를 하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도리어 내 전화가 부담이 될 지 모른다는

느낌이 들렀다. 모리오카행 신간센 자유석이 만석이라 비어있는 지정석에 앉았다.

집사람과 아이들에게 새해 첫 편지를 쓰고 있는데 지정석 추가요금 700엔을 달라고 역무원.

아내와 아이들에게 그림엽서를 쓰고 있는 동안도 열차는 북으로 북으로 어둠을 헤치고 달려갔다.

차창넘어로 하늘의 가장자리가 차츰 붉어지더니 드디어 1996년 새해의 아침해가 찬란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주변의 먹장구름층 가장자리도 아침햇살을 받아 붉은빛으로 변하는 풍광은

바라보는 이의 가슴을 달구는 듯한 열기로 충만한 감동적인 새해 해맞이였다.

 

        일     출(日  出 )

 

     먹장 구름도

     칠흑의 어둠도

     새벽을 깨우는 빛의 힘에는

     어쩔 수 없었다

 

     차창 너머

     지평선이 발갛게 달아오르더니

     끝내는 빛이 되어

     하늘을 열었다

    

     붉은 빛으로

     화(化)한 하늘 가

     그리고

     구름의 가장자리

 

     나의 마음을

     염색해 가는 당신의 모습이

     새벽을 깨뜨리며

     떠오르고 있었다

 

센다이((仙台)가 가까와지자 일기는 급변하여 눈발이 흗날렸다. 차창 넘어로 보이는 것 모두

하얀 설경 뿐이다. 금년 한해는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새해의 일출과 서설(瑞雪)을 뒤로하고

열차는 모리오카에 도착했다.

 아오모리행 열차로 환승하기 위해 개찰구를 빠저나와서 애비사와상에게 전화를 했다.

1시간 30분 후에 미사와역에 도착한다고 하자 깜짝놀래는 애비사와상.

눈발이 거칠어지고 기온이 뚝 떨어진 미사와행 열차편,

마침 자유석이 여유가 있어 앉아갈 수 있었다 . 엄청난 눈으로 사방은 고요하고 백색천지인데

지나다니는 자동차도 보이지 않아서 내심 걱정이 되었다.

미사와역에 도착하자 애비사와상이 기다리고 있다.

작년 4월 아오모리로 돌아와서 먼저 찦차부터 마련했다는 애비사와상, 

이번에는 찦차가 있으니 도와다코(十田湖)를 구경시켜주곘다는 그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눈발이 어찌나 거친지 운전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앞서가는 봉고의 꽁무니를 따라 거북이 운행으로 도착한 그의 집에는 아버지가 노환으로 누어있다

혼자서 아버지의 간병을 하고 있는 애비사와상의 모습이 그렇게 좋아보일수가 없다 .

속에 낫도를 넣은 김밥으로 점심식사를 하는데 맛이 특이했다.

제설작업을 마치고 "여름이 끝나는 포구"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곶(만)에 가자는 애비사와상.

겨울에는 백조의 도래지라는 그곳에 도착하자, 아! 아! 수십마리의 백조와 수백마리의 오리 그리고

갈매기가 먹이를 받아먹는 풍경은 가히 일품이였다.

해안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면서 바라본 2m가 넘는 북태평양의 거친 파도 또한 잊을 수가 없다

넘실대는 파도의 거친 생명력, 그러나 바다는 모든 것을 포용한다

일출과 폭설 그리고 설화(雪花), 백조와 철새와 거친 겨울바다,

이 모두가 새해 첫날 내게 주어진 선물임을 은혜임을 깨닫고 감사드렸다.

돌아와서 저녁식사를 끝낸 후 내가 설겆이를 돕자,

부친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목욕을 시켜주는 애비사와상은 보기드문 효자이다.

리듐이 풍부한 팔갑(八甲)온천에서 온천욕을 했다.온천물을 마시라기에 한모금 삼켰다.

달걀익은 냄새가 나는 팔갑온천은 고혈압 뇌졸증등에 좋다고 자랑을 했다.

애비사와상의 둘째형 정신(正信)의 초대를 받았다. 2년전에 방문을 한 적이 있다

2년전에 내가 보낸 편지를 간직하고 있는 소박한 분들이다

통신용 비둘기를 기르는 마사노부(正信)상, 무선이 취미인데 일본에서는 햄이 불법이라면서 웃는다.

교통사고로 인대가 끊어저서 장애인인  스스무군을 자녀로 두고 있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위로하면서 자정이 넘어서야 돌아왔다

참 좋은 사람들이다